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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하고 부드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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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시·에세이
작가박다빈
출판형태종이책
페이지수 138 Pages
인쇄컬러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A5
출판사부크크
ISBN979-11-372-0971-8
출판일2020.06.22
총 상품 금액 10,400

저자 소개

 
· 박다빈
사람 사는 이야기를 쓰고,
이야기집을 펴냅니다.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다 같이 잘 살면 좋겠습니다.

· 카쿠코 매거진
카쿠코 매거진은 당신에게
쓸 만한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는 친구, 가족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각각의 삶이 가진 고유함입니다.
같이 고민하고 각자 일어서며
당신과 나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카쿠코 매거진에서 발행하는 모든 도서는
출판사 부크크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블로그
https://brunch.co.kr/@parkd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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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세상에 닳아서 좋은 점도 있다니 ─ 6
확대 해석의 위험성 ─ 10
덜 사랑해서 자꾸 생각나나 ─ 12
무언가의 실체를 마주하는 일 ─ 15
존재 자체가 의미 아닌가 ─ 19
무지 ─ 20
사람을 사랑하는 일 ─ 21
그 내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 ─ 22
잘 살아야지 ─ 25
아무나 만나 살아도 상관없다고 ─ 28
치우침 ─ 31
싫은 절을 떠날 수 있는 중 ─ 32
우린 이제 어디로 갈까요 ─ 38
언제나 ─ 42
온전한 나 ─ 44
안경알에 묻은 하얀 얼룩 같은 사람 ─ 48
원치 않을 때 전화를 받지 않는 일 ─ 52
자기만의 말투를 확립해 나가는 일 ─ 59
나부터 잘하고 볼 일이다 ─ 63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 ─ 65
관계를 주관하는 파워 ─ 74
이름표 붙이기 ─ 80
관계의 주식과 부식 ─ 84
누군가의 비밀이 되는 일 ─ 88
감정을 다스리는 느낌 ─ 91
낯선 시선에 대한 해석 ─ 97
인간이 정말로 변할 수 있을까 ─ 99
동력 ─ 103
자의식 과잉과 에고 ─ 104
허영심과 자존심 ─ 111
주는 매너 ─ 119
백 번째 거짓말 ─ 121
아무도 모르게 나를 이해하는 사람 ─ 125
단 한 번의 기회 ─ 132

도서 정보


도서 미리 보기

민감함은 나에게 여러 가지 재능들을 주었지만, 과도한 생각과 감각으로 인한 만성 피로와 불안도 주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선택적으로 민감해질 수가 있다. 내 안의 여러 곳들이 닳을 만큼 닳았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과거에 나는, 사람이 세상에 닳는다는 것을 안 좋게만 보았다. 사람이 세상에 닳으면 단순히 무기력해지거나 야비해진다고만 생각해서. 그런데 사람이 세상에 닳는다는 것은, 현명한 적응력과 임기응변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사람을 교활해지게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을 성숙되게 하고 숙련되게 할 수도 있었다. 닳는 것도 닳는 것 나름이었다. ― 〈세상에 닳아서 좋은 점도 있다니〉 중

내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어떤 종류의 숙제처럼 여겨진다. 그 숙제라는 것들 전부가, 결국, 제대로 사랑하는 일인 것 같고. 불교에서든, 기독교에서든, 어디에서든, 인간의 정신적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심 동력은 사랑이다. 진정한 깨달음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깨달은 사람들은 자기가 뭘 얼마나 안다며 떠벌릴 시간에, 자신이 아는 바를 그저 행한다. 가슴으로 아는 사람은 그 아는 바를 묵묵히 실현할 뿐이다. ― 〈덜 사랑해서 자꾸 생각나나〉 중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비정한 참상들을 매일 보면서도, 누군가의 앞에서, 옆에서, 개구쟁이처럼 어깨를 늘어뜨리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떤 대상을 사랑하여 따뜻해지고 물렁해진 내 몸과 마음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 온화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이 세계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공격들로부터 나를 지켜 줄 때도 있었다. 내 사랑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게 나에게 굉장한 근육들을 주거나, 새로운 뼈대들을 준 건 아니지만. 그것은 명백하게 나를 강화시켰다. 내적인 면에서. 그 내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을 진실로 파괴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뿐이겠다. 그 몸이 산산이 깨져도, 그 정신만 온전하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온전한 인간이겠다. 나는 이 두 문장을 믿는다. 때로는 간접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부서져도 부서지지 않는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인간을 만드는 근본적인 요소는 사랑이었다. 오직 사랑이었다. ― 〈그 내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간〉 중

내 얘기가 너무 애매한가요. 당신하고 몇 세월 정답게 살아 보고 싶단 얘기가 아무래도 너무 장황한가요. 한밤중에 당신하고 어느 종착역에 서 있고 싶은 속내라는 게, 아무래도 너무 시커먼가요. 봄날의 시커먼 사심 때문에, 나는 자꾸 잠을 설치네요. 꽃잎 같은 사심들이 감은 눈가로 자꾸 떨어져서요. 당신을 데리고 내 여름으로, 가을로 가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이끌려 당신의 여름을, 가을을 찬찬히 목격하고 싶습니다. 올겨울이 우리의 겨울이 되면, 나는 그 겨울을 어떤 얼굴로 살까요. 웃다가 입이 정말 찢어졌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나요. 내가 그 뉴스의 주인공이 되면 당신이 더 웃을까요. 왜 나는 당신을 웃게 만들고 싶어서 매번 이렇게 유치하고 엉뚱한 상상을 할까요. ― 〈우린 이제 어디로 갈까요〉 중

한 사람의 모든 집착들이 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간혹 한다.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다양한 집착들로 표현되었을 뿐이라고. ― 〈안경알에 묻은 하얀 얼룩 같은 사람〉 중

내가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라는 연락 기기를 잠시 무음 상태로 만드는 것 자체가 타인에 대한 무례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작 나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 것인가. 내 시간을 다 가지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주고 싶은 시간은, 없다. 이제는. 나는 그들이 싫지 않다. 싫어하는 것도 시간을 주는 일이라. ― 〈원치 않을 때 전화를 받지 않는 일〉 중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 사람은 계속 그렇게 살 것입니다. 나는 땅속 깊이 박힌 돌부리를 계속 걷어차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내 발만 상할 테니까요.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 잘 사는 거니까요. 나를 무가치한 존재로 대하는 사람에게 건네주기에, 내 마음과 내 시간은 너무나도 값집니다. 그 사람이 나를 좋게 대해 주지 않아도 나는 괜찮습니다. 그 사람 행동에 따라 내 가치가 좌우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 사람 행동은 그 사람 본인의 가치를 높이거나 떨어뜨릴 뿐입니다. 나는 내 감정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있기로 했습니다. 그것을 내가 가지고 있기 위해,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내 평가를 가장 신뢰할 줄 알아야 했습니다. ― 〈위계적인 관계와 대등한 관계〉 중

단풍나무의 성질이 당장 가문비나무의 성질처럼 바뀔 수는 없다. 아주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친다면 모를까. 사람은 자기 생 안에서 그런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탄력적인 존재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희망적인 존재다. 한 사람 안에는 모든 종류의 나무들이 들어 있다.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내 생을 자꾸만 낙관하게 한다. 물론, 자기 혁명은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고, 순식간에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결심의 굳기에 따라, 노력의 분량에 따라, 환경의 도움에 따라, 들어오는 운에 따라, 그것은 비교적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 〈인간이 정말로 변할 수 있을까〉 중

나는 일평생 타인의 악의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을 연구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나는 내 미숙한 선의로부터 나와 타인을 지키는 법을 최소한은 숙지하고 있는가. ― 〈주는 매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