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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경성 은일당 사건 기록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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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소설 > 추리/스릴러/미스터리
작가무경
출판형태종이책
페이지수 416 Pages
인쇄컬러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A5
출판사부크크오리지널
ISBN 9791137273399
출판일2022.03.21
총 상품 금액 17,000

저자 소개

무경
부산에서 태어났다. 글 한 줄에 무한한 가능성과 힘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고 듣길 좋아하며 그런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자 한다. ‘작가보다는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번역자 소개 (번역서인 경우 입력해주세요.)

목차


하숙집으로 가는 길
은일당
신문과 양복장
등불은 무엇으로 켜야 하는가?
권삼호의 집
취조
쇠꼬챙이
밝혀진 페도라의 행방
늦은 귀가
우울과 몽상
정보 수집
오동나무 양복장
탐정학 강의
첫 번째 범행 현장에서
두 번째 범행 현장에서
고찰
헌책방 구문당
기생과 의사, 그리고 탐정
다방 흑조
C 양의 조언
인력거
속마음
한밤중의 대화
결말
그리고 남은 이야기를 하는 시간
남은 이야기 하나, 정말 사소한 의문이 풀리고
남은 이야기 둘, 또 다른 의문이 풀리고
남은 이야기 셋, 의문은 매듭지어지고
남은 이야기 넷, 도끼
남은 이야기 다섯, 뒷수습
마무리

작가의 말

도서 정보

에드가 오는 페도라를 고쳐 썼다.
“전부 맘에 들지 않아.”
구두에 계속 차이고 있는 돌멩이도, 길옆에서 풍겨오는 생강나무 향기도 거슬렸다.
그는 다시 신경질적으로 넥타이를 매만졌다. 어떻게 해도 한 번 가라앉은 기분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1929년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무엇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서기 1929년, 쇼와 4년은 에드가 오가 경성에 복귀한 해였다. 그가 동경 생활을 마무리 짓고 부산항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온 뒤, 기차에서 내려 경성역에 발을 디딘 것은 1928년 12월 29일이었다. 사흘의 시간은 적당히 가감할 수 있을 터, 그의 경성 복귀를 1929년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었다.

1929년은 우리 인류가 성풍혈우腥風血雨의 전란의 세계에서 평화의 서광이 비추는 개조의 세계로 일대전환을 시작한 지, 만 십 주년을 기념할 새해입니다. 인류상장人類相戕의 악마의 세계를 깨트리고 정의와 인도의 대패大旆 아래서 평화와 개조의 인류적 합창이 어언 십 주년!


경성역에 도착하자마자 집어 든 신문 1면에 실린 글이었다. 고이 잘 개어 팔에 걸친 외투에 주름이 지지 않도록 애쓰며 에드가 오는 그 거창한 글귀를 다시 한번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직 이 나라는 그리 모던한 것 같지 않은데.”
기사를 천천히 살펴보던 에드가 오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자기 입에서 나온 말에 그가 가장 먼저 깜짝 놀라서 숨을 삼켰다.
세계대전이라는 야만이 끝나고 이제는 온 세상이 이성과 지성으로 가득 차리라는 신문의 희망 가득한 전망은 단지 말뿐인 공허한 수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에드가 오는 모던을 숭상하고 이성과 합리의 세상이 앞으로 펼쳐질 거라고 주장해오던 사람이었다. 모던하지 않다는 불평은, 에드가 오를 잘 아는 이가 들었다면 그가 내뱉었다고는 도저히 믿지 못할 그런 말이었다. 이미 심사는 그때부터 단단히 틀어져 있었던 게 분명했다.

황금정의 내 병원 근처에 있는 집을 새로 사들이려 한다. 네가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경성에 돌아올 생각이라면 그 집에서 같이 지내는 것이 어떠냐.

9월의 무더운 날, 동경의 하숙집에서 형님의 편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에드가 오는 경성에 돌아가는 것을 이토록 우울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오히려 형님의 편지 속 제안은 점점 힘에 부치고 견디기 어려웠던 유학 생활 가운데 모처럼 맞은 즐거운 소식이었다.
동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취향에도 맞지 않는 낡고 좁은 하숙집에서 근근이 살아야 했지만, 경성에 돌아간다면 형님이 새로 구매한다는 좋은 집에서 모던한 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겠지. 분명 서양식으로 지은 집일 것이고 형님이라면 가구 또한 흠 없이 깔끔한 물건을 구해놓으셨을 게다. 그 집에 나 혼자 쓰는 커다란 양복장 하나를 놓고 그 안에 경성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제대로 된 양복을 가득 채워서 경성 사람들에게 모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선보여야겠지…….
그런 상상을 버팀목 삼아 그는 대학교의 남은 일정을 애써 참아 나갔다. 귀국 예정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부산항에 내리기만 하면 한달음에 경성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갑작스레 벌어진 형님의 결혼이 모든 것을 어그러트렸다.
모든 짐을 꾸리고 그중 일부를 먼저 경성으로 부치고 난 직후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편지에는 형님이 1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에드가 오의 표정에 혼란스러움이 스쳤다.
“아니, 이런 건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나 저지를 법한 일인데…….”
여름 방학 중에 잠깐 들렀던 경성에서 만난 형님에게 그런 낌새라고는 전혀 보이질 않았었다. 말 그대로 갑작스러운 결혼이었다. 이 갑작스러움은 늘 느긋하고 여유롭게만 보이는, 그리고 유행이나 모던함과는 거리가 있는 형님의 모습과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거기서부터 불안한 감정이 싹터 올랐다.
예상한 대로 경성에 돌아온 뒤의 매일매일은 무척 신경 쓰이는 나날이었다. 형님의 집은 그의 상상보다는 허름했지만,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는 형님과 처음 만난 에드가 오에게도 미소를 늘 띄워주는 형수님은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늘 신경을 써주는 두 사람이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치 없이 신혼집에 계속 눌러앉아 살기에는 에드가 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의 거북한 눈치를 형님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1월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은 경성의 다른 하숙집을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 걸 형님 역시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소개받은 하숙집은 주소만 경성부일 뿐, 완전히 처음 듣는 동네였다. 그리고 지금 에드가 오는 그 하숙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서력으로 1929년, 일본식으로 쇼와 4년이라 불리는 올해는 야만의 세계가 이성의 세계로 바뀌고 있다는 때였다. 하지만 에드가 오의 삶에는 여전히 혼돈이 가득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