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차례
프롤로그 . 9
1장 낌새
- 예외없이 당해버린 2020년의 2월 . 21
- 함께 . 23
- 하늘길 . 25
- 불면증 . 27
- 엄마의집 . 28
- 앓는 소리 . 30
- 택배 . 32
- 단톡방 . 34
- 9월 . 37
2장 부정
- 새벽녘 울리는 전화벨 . 45
- 당신의 이야기 . 47
- 눈, 코, 입 그리고 49
- 김치 . 51
- 안부 . 53
- 흔들리는 초 . 56
- 남겨진 시간 . 59
- 엘리사벳을 위하여 . 61
-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64
- 달 . 67
- 부정 . 69
- 인사 . 71
3장 만남
- 출국 . 79
- 입국 . 81
- 당신처럼 . 84
- 만남 . 86
- 전화기 . 89
- 머리카락 . 91
- 사진 . 93
- 그놈의 입 . 95
- 넋두리 . 97
- 시집살이 . 98
- 내 잘못이 아니다 . 100
4장 보내기
- 언니 . 105
- 청개구리 . 108
- 외동딸 . 109
- 커피, 담배, 술 . 112
- 바람 . 114
- 내가 멍하니 있더라도 . 115
- 두 여자 . 116
- 기도 . 118
- 보내기 . 1019
- 때 . 121
5장 살아가기
- 질문 . 124
- 팥죽 . 126
- 내가 사는 집 . 129
- 밥. 132
- 생일 . 135
- 아버지 . 137
- 동수 . 140
- 일흔 하나 . 142
- 꿈 . 144
- 두 여자가 쉬는 곳 . 146
- 마음 . 148
에필로그 . 150
프롤로그 . 9
1장 낌새
- 예외없이 당해버린 2020년의 2월 . 21
- 함께 . 23
- 하늘길 . 25
- 불면증 . 27
- 엄마의집 . 28
- 앓는 소리 . 30
- 택배 . 32
- 단톡방 . 34
- 9월 . 37
2장 부정
- 새벽녘 울리는 전화벨 . 45
- 당신의 이야기 . 47
- 눈, 코, 입 그리고 49
- 김치 . 51
- 안부 . 53
- 흔들리는 초 . 56
- 남겨진 시간 . 59
- 엘리사벳을 위하여 . 61
-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64
- 달 . 67
- 부정 . 69
- 인사 . 71
3장 만남
- 출국 . 79
- 입국 . 81
- 당신처럼 . 84
- 만남 . 86
- 전화기 . 89
- 머리카락 . 91
- 사진 . 93
- 그놈의 입 . 95
- 넋두리 . 97
- 시집살이 . 98
- 내 잘못이 아니다 . 100
4장 보내기
- 언니 . 105
- 청개구리 . 108
- 외동딸 . 109
- 커피, 담배, 술 . 112
- 바람 . 114
- 내가 멍하니 있더라도 . 115
- 두 여자 . 116
- 기도 . 118
- 보내기 . 1019
- 때 . 121
5장 살아가기
- 질문 . 124
- 팥죽 . 126
- 내가 사는 집 . 129
- 밥. 132
- 생일 . 135
- 아버지 . 137
- 동수 . 140
- 일흔 하나 . 142
- 꿈 . 144
- 두 여자가 쉬는 곳 . 146
- 마음 . 148
에필로그 . 150
도서 정보
급성 골수성 백혈병. 그리고 정확히 열 달의 투병 후 나의 어머니는 삼 남매 곁을 지키는 나무가 되었다.
두 달의 시간을 선고받은 어머니를 당장이라도 만나러 왔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오지 않았다. 12년간 베트남에 삶의 터전을 펼친 내게 하늘 길 막힌 코로나 시국, 한국을 방문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은 예전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항암 치료가 효과를 보이며 주어진 시간이 두 달에서 석 달이 되고, 석 달에서 다섯 달로 호전을 보이자 잠시 한국에 다녀오겠다는 마음을 바꿔, 십여 년간의 베트남 생활을 정리 후 어머니의 남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영구 귀국하기로 마음먹었다. 몇 시간 후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간 베트남의 삶들이 아쉽긴 했으나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 차 있던 시간도 잠시, 지난밤까지 나와 이야기 나누었던 어머니가 지병인 뇌출혈이 도져 뇌사 상태가 되었다 했다. 백혈병으로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 어머니를 보내는 일 밖에, 두 발을 굴러가며 소리쳐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한국 땅을 밟고서도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꾹 참으며 영사관이며 보건소에 간청했지만 그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고서는 격리 중 만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중환자실에서 튜브에 의지해 힘겨운 숨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시월의 아침 영원한 잠에 드셨다. 어머니가 임종한 그 아침도 주검이 된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참이 지나 병원과의 실랑이를 몇 번이고 거치고서야 잠시 잠깐 주검이 된 나의 어머니를 만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인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가 되었다.
잠시 이러겠지라며 하찮게 본 코로나는 갈 때까지 가 보자는 듯 수 없는 변이를 일으키며 아직도 우리 곁에서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오프라인 세상은 두려움의 공간이 되고, 집안에 박혀 징글징글한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세상만 꿈꾸며 움츠려만 있던 나의 때늦은 귀국은 어머니를 주검으로 만나게 만들었다. 죽음은 가는 이와 남겨진 이에게 후회만을 남긴다. 언젠가는 떠날 것을 알면서도 다가오는 불안을 부정하며 영원히 함께 할 듯 지금의 안위에 빠져 소중한 시간을 흘려 보낸다.
두 달의 시간을 선고받은 어머니를 당장이라도 만나러 왔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오지 않았다. 12년간 베트남에 삶의 터전을 펼친 내게 하늘 길 막힌 코로나 시국, 한국을 방문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은 예전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항암 치료가 효과를 보이며 주어진 시간이 두 달에서 석 달이 되고, 석 달에서 다섯 달로 호전을 보이자 잠시 한국에 다녀오겠다는 마음을 바꿔, 십여 년간의 베트남 생활을 정리 후 어머니의 남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영구 귀국하기로 마음먹었다. 몇 시간 후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간 베트남의 삶들이 아쉽긴 했으나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 차 있던 시간도 잠시, 지난밤까지 나와 이야기 나누었던 어머니가 지병인 뇌출혈이 도져 뇌사 상태가 되었다 했다. 백혈병으로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 어머니를 보내는 일 밖에, 두 발을 굴러가며 소리쳐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한국 땅을 밟고서도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꾹 참으며 영사관이며 보건소에 간청했지만 그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고서는 격리 중 만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중환자실에서 튜브에 의지해 힘겨운 숨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시월의 아침 영원한 잠에 드셨다. 어머니가 임종한 그 아침도 주검이 된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참이 지나 병원과의 실랑이를 몇 번이고 거치고서야 잠시 잠깐 주검이 된 나의 어머니를 만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인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가 되었다.
잠시 이러겠지라며 하찮게 본 코로나는 갈 때까지 가 보자는 듯 수 없는 변이를 일으키며 아직도 우리 곁에서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오프라인 세상은 두려움의 공간이 되고, 집안에 박혀 징글징글한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세상만 꿈꾸며 움츠려만 있던 나의 때늦은 귀국은 어머니를 주검으로 만나게 만들었다. 죽음은 가는 이와 남겨진 이에게 후회만을 남긴다. 언젠가는 떠날 것을 알면서도 다가오는 불안을 부정하며 영원히 함께 할 듯 지금의 안위에 빠져 소중한 시간을 흘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