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남남북녀 커플이다. 그것도 인터넷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아주 특별한 남남북녀이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한반도의 가장 북쪽 긑에서 사는 여성과 남한의 가장 남쪽 끝에서 사는 남성이 인터넷으로 만나 함께 살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만나 알콩달콩 잘 살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함께 사는 동안 우리 부부의 삶에도 총탄없는 남북전쟁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이 우리 부부에게도 가장 평화로운 때인 것 같다. 함께 한 세월만큼 남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남남북녀의 사랑과 전쟁이야기와 새터민으로서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13년째 한국에서 사는 북한댁이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 오기까지 수많은 사연을 담은 북한 여성의 이야기로 북한을 떠나는 순간부터 나에게 두려움과 불안은 친구였다. 제대로 된 신분조차 없었던 나는 중국에 사는 내내 언제든 도망칠 준비가 되어야 했고,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웠던 중국을 떠나 자유의 땅 한국으로 왔지만 두려움과 불안에 익숙해져 버린 듯 나의 원래 모습을 항상 숨기고 살았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것 같았다. 마음속의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꼭꼭 숨기며 살아온 나의 인생이야기... 그런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듯 한마디의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한 편의 영화같은 인생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싶었다.